六經辨證과 八綱辨證
六經辨證 "상한론(傷寒論)"의 변증론치(辨證論治)의 강령이며, 팔강변증(八綱辨證)은 모든 질병의 병위(病位), 징후, 성질에 대하여 총괄한 것이므로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외감병은 외사(外邪)의 작용으로 발생하여, 정(正)과 사(邪)가 서로 다투는 임상증상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이 정사(正邪)의 투쟁은 질병의 징후 및 성질과 관계가 깊으며, 이 투쟁의 소장(消長)과 성쇠(盛衰)가 질병의 발전과 변화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육경변증의 구체적인 운용에는 음양(陰陽),표리(表裏),한열(寒熱),허실(虛實)등 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다. 후세에서 말하는 팔강변증은 원래는 "내경"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역시 "상한론"에서 계승, 발전하여 계통화 한 것이다.
1.음양(陰陽)
일반적으로 말하는 상한론의 육경(六經)에는 태양(太陽),양명(陽明),소양(少陽)의 삼양(三陽)과 태음(太陰),소음(少陰),궐음(厥陰)의 삼음(三陰)이 있다.
병의 속성으로 말하면 삼양병(三陽病)은 대부분 열증(熱證)이고 실증(實證)에 속하는데 일반적으로 양증(陽證)이라 하고, 삼음병(三陰病)은 대부분 한증(寒證)이고 허증(虛證)에 속하는데 일반적으로 음증(陰證)이라 한다.
사기(邪氣)와 정기(正氣)의 성쇠에 대한 관계로 말하면 삼양병(三陽病)은 환자의 정기(正氣)가 왕성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며, 사기(邪氣)가 실(實)하고, 병세가 일반적으로 격렬한 상태를 나타낸다.
삼음병(三陰病)은 환자의 정기(正氣)가 쇠(衰)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며, 병사(病邪)가 제거되지 않고, 병세가 일반적으로 허(虛)하고 쇠약한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병자가 열이 나고 오한이 난다면 병은 양(陽)에서 생긴 것이고, 열과 오한이 없으면 병은 음(陰)에서 생긴 것이다."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육경(六經)과 팔강(八綱)에 근거한 것이다.
2.표리(表裏)
표리(表裏)는 병위(病位)를 분석하는 강령이다. 육경 중에서 표리를 보면 일반적으로 태양(太陽)은 표(表)에 속하고 그 외의 각 경(經)에서의 병변은 이(裏)에 속한다. 그러나 표리(表裏)의 개념은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삼양병(三陽病)은 표(表)에 속하고 삼음병(三陰病)은 이(裏)에 속하며, 양명병(陽明病)은 표에 속하고 태음병은 이(裏)에 속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육경변증(六經辨證)서 표(表)를 발산(發散)하고 이(裏)를 공격한다 함은, 바로 병위(病位)가 표(表)에도 있고 이(裏)에도 있을 때에 결정되는 치칙(則)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태양표증에는 해표발한(表發寒)고 양명이증(明裏證)는 이열(裏熱) 청설(淸泄)시키거나 이실(裏實)을 공하(攻下)시켜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임상에서 표리(表裏)의 징후가 분명하지 못할 경우나 표리(表裏)의 증이 동시에 출현될 경우에는 병이 표(表)에 있는지 또는 이(裏)에 있는지를 변별하는 것이 치료에 앞서 보다 중요한 사항이 된다.
"상한론"을 실례로 들면 "상한(傷寒)에 걸려 대변을 보지 못하고 6~7일이 지난 후 두통이 나고 열이 나면 승기탕(承氣湯)을 쓰고, 소변이 맑으면 이(裏)에 있지 않고 표(表)에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발한제(發汗劑)를 써야 한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또 상한에 걸려 의자(醫者)가 설사를 시킨 후에 계속 설사를 하여 음식물이 그대로 배설되고 설사가 멈추지 않으며 몸에 동통(疼痛)이 있는 경우에는 급히 이(裏)를 구한 후에 그 표(表)를 구하는 것이 옳다."는 등으로 표리(表裏)를 구분하는 것이다.
3.한열(寒熱)
한열(寒熱)은 질병의 성질을 변별하는 지표이다.
병세가 격렬하게 악화되고, 양사(陽邪)가 지나치게 왕성한 경우는 대부분이 열증(熱證)에 속하며, 병세가 침정(沈靜)되고 음사(陰邪)가 지나치게 왕성한 경우는 대부분이 한증(寒證)에 속한다.
한열(寒熱)의 징후도 비교적 복잡한 편이다. 예를 들면 같은 하리증(下痢證)이라 하더라도 한(寒)에 속한 것과 열(熱)에 속한 것이 다르다. 즉 설사가 저절로 나고 갈증(渴症)이 나지 않는 것은 내부가 한(寒)이 있는 것이고, 설사하면서 물을 마시려 하는 것은 내부에 열(熱)이 있는 것이다.
또 한열(寒熱)도 진(眞)과 가(假)를 잘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상한에 걸려 맥이 활(滑)하고 궐(厥)한 자는 이(裏)에 열이 있는 것이다."고 한 경우인데, 이는 양명열증(陽明熱證)이고 이것이 바로 진열가한증(眞熱假寒證)이다.
또, 소음병으로 음식물을 그대로 설사하며 속에는 한(寒)이 있고 밖에는 열(熱)이 있으며 수족이 궐역(厥逆)하고 맥이 끊어질 듯이 약하면서 몸은 반대로 오한(惡寒)하지 않고 얼굴은 도리어 붉어진다."고 하면 소음한화증(少陰寒化證)인데 이것이 바로 진한가열증(眞寒假熱證)이다.
그러므로 육경병(六經病)에서의 한열(寒熱)도 역시 변증논치(辨證論治)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허실(虛實)
허실(虛實)은 사정(邪正)의 성쇠(盛衰)를 변별하는 지표이다.
허(虛)는 정기(正氣)가 허(虛)함을 가리키고, 실(實)은 사기(邪氣)가 실(實)함을 가리킨다. 사정(邪正)의 허실(虛實)을 변별하는 것은, 치료시에 정기(正氣)를 부양(扶養)하거나 사기(邪氣)를 공격하는 방법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땀을 낸 후 오한이 나면 허(虛)하기 때문에, 오한이 나지 않고 열만 나면 실(實)하기 때문이다."고 하여 전자는 땀을 낸 후에 양(陽)이 허(虛)해진 증으로서 이 때에는 작약감초부자탕(芍藥甘草附子湯)으로 그 허(虛)를 다스려야 하고, 후자는 땀을 낸 후에 사(邪)가 왕성하여져서 속으로 전달되어 이실증(裏實證)이 된 것이므로 이 때에는 조위승기탕(調胃承氣湯)으로 그 실(實)함을 공격하여야 한다.
위의 예를 들면 팔강변증(八綱辨證)이 모든 변증(辨證)과 연관되어 있어서 육경변증(六經辨證)의 치료에도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육경변증에서 태양병(太陽病)은 오한이 난다. 두통이 있다. 목덜미가 뻣뻣하다. 맥이 부(浮)하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은 팔강변증으로 보면 표증(表證)에 속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치료에 임할 수 없고, 여기에 땀이 나는지의 여부를 결부시켜, 땀이 나는 표허증(表虛證)과 땀이 나지 않는 표실증(表實證)을 변별해 주어야, 해기(解肌)시킬 것인가, 발한시킬 것인가를 확실하게 할 수가 있다.
또, 소음병은 잠만 자려 하고 맥이 미세(微細)한 증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증상은 팔강변증으로 보면 이증(裏證)으로 허증(虛證)에 속한다. 그러나 이증(裏證)이고 허증(虛證)이라는 진단만으로는 역시 치료에 임할 수가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음(陰)이 너무 왕성했는가 또는 양(陽)이 너무 왕성했는가를 알아야 한다. 즉 열은 없고 오한이 난다. 사지(四肢)가 궐역(厥逆)하다. 맥이 침미(沈微)하다 등의 증상으로 양(陽)이 쇠(衰)하고 음(陰)이 왕성하면 소음한화증(少陰寒化證)이고,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목이 마르거나 아프다. 맥이 세삭(細數)하다 등의 증상으로 음(陰)이 허(虛)하고 속에는 열이 있다면 소음열화증(少陰熱化證)이다.
이렇게 변별(辨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양(陽)을 북돋아 줄 것인가, 음(陰)을 억제할 것인가, 또는 음(陰)을 키워 청열(淸熱)할 것인가 등의 치법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육경변증과 팔강변증은 서로 관련이 있어서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여야만 실제임상에서 효과적인 변증논치(辨證論治)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