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명 중 1명 침술·마사지·요가 경험

​미국인 3명 중 1명 침술·마사지·요가 경험

M 이기원(이종두) 0 1955 6 0

3명 중 1명 침술·마사지·요가 경험

지난 1991년 11월22일 미국 상원의회 의사당. 아이오와 출신의 톰 하킨 상원의원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이 상정한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연구지원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것. 그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대체의학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그해 하킨 상원의원의 주도한 법안에 따라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대체의학연구실이 문을 열었다. 대체의학은 지금까지 첨예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호킨 상원의원의 법안이 통과한 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3년 <뉴잉글랜드메디컬저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1명이 대체의학을 경험했다.

9,000만명이 넘는 엄청난 숫자다. 미국인들이 10여년 전부터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대체의학 시장의 규모는 100억달러.

일반의료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 98년 미국의학협회의 조사에서도 미국인 42%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대체의학을 써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미국 대체의학 시장 규모는 3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류 의학계에서 여전히 대체의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일반인 사이에서 대체의학은 이미 주류 의술로 뿌리내린 것이다.

워싱턴주립대에서 대체의학요법을 강의하고 있는 팻 아몬트씨는 “대체의학요법은 환자가 긴장을 풀고 고통을 줄일 수 있게 돕는 것”이라며 “환자를 직접 치료한다는 것보다 환자의 자연치유과정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의학은 주류 의학의 범주에서 벗어난 포괄적인 질병치료수단을 말한다.

침술, 마사지, 향기요법, 허브(약초)치료는 물론 요가와 명상까지 포함한다.

대체의학은 주로 동양의 전통 의술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미국 인디언, 호주 원주민, 인도 전통 의술까지 포함하는 추세다.

대체의학이 인기 있는 이유는 환자들이 주류 의학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

병원에서 의사들의 진료에 불만을 느낀 환자들이 대체의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의학은 정신세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환자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대한다.

따라서 환자들이 대체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질병이면 병원 대신 대체의학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주류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도 최후의 수단으로 대체의학에 의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체의학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대체의학 분야는 허브. 약초로 질병을 막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허브를 취급하는 전문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허브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품목은 인삼.

허브전문점에서 인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2000년에만 미국에서 팔린 인삼이 6,250만달러를 넘었다.

미국인 600만명은 정기적으로 인삼을 복용하고 있다. 인삼은 중국산과 한국산이 인기가 있다. 동양의술을 대표하는 침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통증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침을 선호하고 있다.

대체의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체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던 미국의 의과대학과 의학연구소들이 대체의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터무니없는 것으로 몰아붙였던 기(氣)치료까지 연구대상에 올랐다.

캘리포니아퍼시픽메디컬센터 연구소의 앤드루 프레이클 박사는 현재 기치료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뇌종양 환자 15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기치료 효과를 관찰하고 있는 것.

한 그룹의 환자들은 전문 기치료사가, 다른 그룹은 가짜 기치료사가 치료를 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그룹이 속해 있는지 알지 못한다.

환자들은 다양한 종교와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기치료를 무조건 신뢰하는 환자들의 플라시보(위약) 효과를 최소화했다.

프레이클 박사는 실제 기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에서 특별한 효과가 있다면 기치료가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의과대학과 의학연구소들이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NIH의 대체의학 연구기금 영향이 크다. NIH는 지난 91년 하킨 상원의원의 법안에 따라 대체의학 연구에 최초로 200만달러를 지원했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NIH의 대체의학 연구 예산은 1억1,400만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NIH의 막대한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의과대학과 연구소가 앞다퉈 대체의학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 것.

NIH는 올해 은행 추출물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연구에 1,500만달러, 관상동맥 관련 질병에 사용되는 켈레이션요법 연구에 2,500만달러, 뇌종양 기치료에 82만달러, 중국 침술에 340만달러, 요가요법에 31만달러의 연구비를 책정했다.

일부 의과대학들은 대체의학 강좌까지 개설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70여개 의대가 커리큘럼에 대체의학을 포함시켰다. 미네소타대학은 대체의학을 필수과목으로 분류했다. 일반 병원들도 대체의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병원협회가 지난 2000~2001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일반 병원의 23%가 대체의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마사지와 요가를 권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반 병원들은 대체의학을 주류 의학과 병행해 활용하고 있다.

환자의 정서안정을 위해 대체의학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들이 대체의학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다.

일부 주에서는 대체의학에 대한 의료보험제도까지 선보였다.

워싱턴주는 몇 년 전부터 침, 마사지 요법, 지압에 대한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워싱턴주의 보험회사인 그룹헬스는 현재 1,000여개 대체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환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체의료 보험가입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워싱턴주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대체의료에 대한 의료보험이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랜드대학의 셰리 크레이스버그 박사는 “대체의학에 대한 환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료보험회사들도 대체의학보험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대체의학 연구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대체의학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다.

NIH의 대체의학 연구기금 제공 방법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NIH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연구비를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의학이라고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의대의 월러스 샘슨 박사는 “대체의학 연구의 80~90%는 가치가 없다”며 “터무니없는 근거와 방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연구에 투자하는 것은 자원낭비”라고 지적했다.

대체의학에서 다루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조식품은 시장에서 판매되기 전에 안전과 효과를 규제할 법률이 없다.

자칫 환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학협회저널 부편집장인 필 폰터나로사 박사는 “만약 대체의학 관련 건강보조식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적어도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근 특파원 zeneca@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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